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지난 6일 저녁 벌어진 교제살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피해자 유족의 의견 등을 들어 피의자 최아무개(25)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씨의 수능 성적과 대학 학과 등이 알려지며 피해자 신상 정보까지 온라인에 유포된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처로 풀이된다.

 9일 서울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연 결과 최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2차 가해 논란이 심한 상황이고 유족 쪽 입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따져 피의자 얼굴과 성명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 의사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날 피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이가 피해자 신상 공개를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선 이날 최씨가 범행 직후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계획범죄 정황이 한층 짙어졌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 혈흔이 자기 옷에 묻을 것을 예상하고 다른 옷을 미리 준비한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진행 중인 주변인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최씨 쪽 변호인은 “최씨가 ‘우발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고 전하면서도 “오래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10일 피의자 최씨의 심리 상태와 진술 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면담 진행 뒤 최씨가 동의하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도 받는다. 다만 경찰은 살인 사건 수사에 필요한 통상적인 과정임을 강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증거자료 채집과 조사를 진행한 것과 별개로 피의자의 진술과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기 위한 진술 분석을 할 예정”이라며 “살인 사건이기에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