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특검법(채상병 특검법)에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성도 변화도 없다”며 참담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생을 강조했지만,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읽히지 않았다는 대목도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군인권센터는 9일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직후 “윤 대통령이 설 곳은 기자회견장이 아닌 특검 포토라인”이라며 윤 대통령의 순직해병 수사방해 특검법 거부권 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며 특검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사람이 윤 대통령 본인”이라며 “특검은 일반 수사기관이 압력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남 얘기하듯 하지만 특검법상 주요 수사대상은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이다. (회견에서) 수사외압 의혹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한 것이 없다”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 또한 ‘국정 기조 안 바꾸겠다는 대통령 참담하다’는 제목으로 낸 논평에서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67%에 육박한다”며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최종 판단을 검찰에 맡기자는 대통령의 말에 수긍할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두고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특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해서도,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에 “주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번 정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를 성역으로 여기고 법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거듭 ‘민생’을 강조했지만, 감세와 재정 역할 축소를 골자로 한 현재 정책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힌 것 또한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한 대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대통령 회견을 두고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 조세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며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에 대해 ‘과도한 세금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잘못된 인식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무분별한 부자 감세로 재정의 역할이 축소돼 민생을 악화시켰다는 반성 없이 ‘줄푸세’로 일관하면서 도리어 민생을 살피겠다는 대통령의 모순적인 발언에서 시민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었다”고 짚었다.

김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