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어두웠지만 갈색 털이 눈에 들어왔어요. ‘홍민아, 너냐?’ 물었더니 꼬리를 흔들더라고요. 드디어 돌아왔구나, 싶었죠.”

실종됐던 1살 남짓한 진돗개가 한 번도 오간 적 없는 길을 헤맨 끝에 41일 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명견을 찾아서 TV’에 올라온 영상과 진돗개 주인 윤정상(67)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 태어난 이 진돗개의 이름은 ‘홍민이’다. 대전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며 진돗개 10마리를 키우는 윤씨는 평소 축구를 좋아해 키우던 진돗개들의 이름을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따 지어줬다. 홍민이는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손홍민’으로 착각해 지어진 이름이다.

홍민이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점잖고 똑똑했다고 한다. 윤씨는 9일 한겨레에 “손님이 와도 절대 먼저 짖지 않고 (목줄을) 풀어 놔도 집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며 “‘앉아’와 ‘일어서’ 같은 명령도 다른 진돗개들은 3년 정도 훈련을 거쳐야 알아듣는데 홍민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잘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홍민이는 3월24일 갑작스레 실종됐다. 이날 윤 씨는 대전 목상동의 한 공원에서 열린 ‘진도견 전람회’에 홍민이를 데리고 갔다. 당시 생후 11개월이던 홍민이는 행사장의 마이크 소리와 다른 개들의 짖는 소리에 겁을 먹어 강아지용 말뚝에 묶어둔 목줄을 풀고 도망쳤다. 홍민이가 없어진 걸 안 윤 씨는 곧바로 유기견 센터와 구청에 연락해 홍민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3일이었다. 늦은 밤 윤씨가 운영하는 고물상 마당에서 갑자기 진돗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옆집에 잠시 들렀던 윤씨는 서둘러 고물상으로 향했다. 윤씨는 “주위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갈색 빛깔의 털이 보였다. ‘홍민아, 너냐?’ 물었더니 꼬리를 흔들었다”며 “불을 켜고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홍민이가 맞았다”고 말했다.

홍민이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을까. 홍민이가 실종됐던 대전 목상동에서 윤씨의 고물상이 있는 대전 원동까지는 직선거리로 20㎞다. 더구나 목상동은 홍민이가 이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윤씨는 홍민이가 후각에 의존해 하천을 따라 걸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53호이자 대표 토종견인 진돗개는 충직하고 영민하며 귀소본능이 강하다.

홍민이는 한 달 넘게 집 밖을 헤맨 것치곤 큰 상처도 없고 실종 전과 견줘 살도 많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윤씨는 “목에 풀숲에 사는 진드기가 붙어있어 약을 발라준 게 전부일 정도였다”며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인지 집에 돌아온 뒤 며칠 동안은 계속 누워만 있더니 이젠 밥도 잘 먹고 활발히 움직인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도 홍민이의 귀환을 반겼다. 윤씨는 “이웃들 가운데 돌아온 홍민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고, 홍민이에게 사료나 고기를 주러 종종 들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봉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