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대통령실의 관여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신 전 차관은 군검찰이 경찰로부터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해 온 지난해 8월2일 장관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라 국내에 없던 상황이었다.

당시 경북경찰청에 연락해 ‘사건을 군으로 되가져가겠다’는 의사를 처음 밝힌 인물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다. 그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서 ‘나의 판단만으로 사건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 ‘넘버 2’로서 장관 직무를 대행하고 있던 신 전 차관이 최소한 형식상으로는 ‘기록 회수’를 결심하고 지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신 전 차관이 기록 회수가 이뤄진 지난해 8월2일 전후로 누구와 어떤 내용의 연락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록 회수는 이첩 보류 지시, 국방부 조사본부에 내린 기록 재검토 지시 등과 더불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큰 대표적 행위로 꼽힌다.

신 전 차관이 ‘이첩 보류’ 지시에 관여한 정황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신 전 차관에게 내린 뒤 지난해 7월31일 국외 출장을 떠났다. 신 전 차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이 전 장관의 명령과 이행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다만 신 전 차관은 ‘누군가의 혐의를 빼라’는 식의 수정 지시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신 전 차관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충남 천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최근 ‘정치를 그만두겠다’며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8일 신 전 차관은 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연락이 있었는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