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5조4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해 “내년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삭감 과정에 대해선 “(연구개발 예산 사용의) 낭비적 요소를 모든 사람이 얘기한 거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이 결국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산 삭감과 관련한 과학기술단체들의 국정조사 요구에는 “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비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8일 세종시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돌아가도 예산을 그렇게 (삭감) 하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젊은 연구자들과 간담회 하면서 ‘혹시 과제 기획 때 불공정한 상황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 손 한 번 들어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안 들더라”면서 과학기술계에 불공정한 예산 사용이 만연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100% 제거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 위에서 예산을 착착 증액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면) 젊은 연구자들도 ‘이게 더 나은 거구나’ 인식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입틀막’ 대책위 등 8개 과학기술단체가 지난 7일 성명을 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정책이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좀 더 지켜보고 3~4년 이내에 변화가 있는지를 보고 나서 비판하거나 잘한다고 하는 게 합리적인 접근 아닌가”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입틀막 대책위는 지난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한 한 졸업생이 강제 퇴장당한 사건을 계기로 조직된 단체로, 이들은 “과기정통부 등 정부 부처에 예산 삭감 지시를 내린 대통령실 담당자와 구체적인 지시 내용·목적·방법과 5조4천억원의 예산 삭감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올해 연구개발 예산 증액 문제와 관련해선 “증액의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중요한 건 연구개발 예산 지원 방식과 제도를 바꿔서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액 방식에 대해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줄 것"이라며 "모든 부분이 그대로 다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