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주력 수출 상품인 팜유를 사들이는 주요 국가에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을 선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에 휩싸였다. 친선 외교의 수단으로 판다를 보내는 중국처럼 오랑우탄을 이용해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것인데 자연보호단체는 반발했다.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시아 원자재 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에 “말레이시아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다 외교’에 성공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펼칠 계획”이라며 “오랑우탄 외교를 도입해 말레이시아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직접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말레이시아 팜유 녹색보호재단 등이 속한 생물 다양성 포럼 개최를 축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 언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판다 외교’를 활용하는 중국의 경우 특정 관리 조건을 충족한 나라에 한해 10년간 판다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만약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중국과 인도, 유럽연합(EU) 등이 선물로 오랑우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8일 이 제안이 2022년 12월 유럽연합(EU)이 산림을 훼손하면서 생산된 상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밝힌 뒤 나온 방편으로 풀이했다. 초콜릿, 마가린 등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비누 등에 두루 사용되는 팜유는 기름야자에서 추출하는데, 야자나무를 기르기 위해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팜유를 만들기 위한 기름야자 농장은 생물 다양성도 없기 때문에 ‘녹색 사막’이라고도 비판받는다. 이름 자체가 ‘숲의 사람’이란 뜻인 오랑우탄은 멸종위기종이며 열대우림이 줄어들면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세계 2위의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는 유럽연합이 만든 법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조하리 장관은 “팜유 문제에 대해 방어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는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국으로 산림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세계 각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연보호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야생 동물의 서식환경 보전을 지지하고, 오랑우탄을 국가 밖으로 보내는 것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을 말레이시아로 부르는 계획을 지원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세계자연기금 말레이시아 지부는 정부가 숲을 팜유 농장으로 바꾸는 것을 이젠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영리연구기관인 ‘야생 말레이시아를 위한 정의’도 “이 계획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대안적인 외교 조처를 고려하라고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영토로 나뉘는 보르네오 섬에만 10만5천마리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수천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