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차 세계 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9일 전승절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8일 이른 아침부터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됐다며, 순항미사일과 유도미사일 55기 중 39기를 격추하고, 이란제 자폭 무인기인 샤헤드 드론 21대 가운데 20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포스트는 키이우와 자포리아, 르비우, 빈니차, 크로피우니츠키,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등 7개 지역의 핵심 발전소와 송전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영 전력회사인 디티이케이(DTEK)는 최소 3곳의 화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고, 이미 발전 용량의 80% 가량이 손상되거나 파괴됐지만 전력 복구를 위해 직원들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또 키이우 지역에선 2명이 부상을 당했고, 크로피우니츠키에선 8살 어린이 1명이 다치고 주택 13채가 손상되는 등의 피해를 발생했다.

지난 3월부터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 온 러시아는 전승절을 맞이하기 전까지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5월9일 옛 소련이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을 전승절로 기념하며 매해 대규모 행사를 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나치즘에 승리한 2차 세계대전 기념일에 ‘나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며 “전세계는 새로운 나치즘에 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의 군사 산업 단지와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히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22년 겨울 이후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포격했고,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석유 시설을 표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800개 이상의 난방 시설이 손상을 입었고, 복구 작업에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핵심 지역인 차시우야르를 점령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작전을 성공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무기 부족과 병력 고갈 문제를 겪어온 상황을 이용해 도네츠크 지역의 여러 작은 마을을 장악하며 빠르게 점령지를 넓히고 있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