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방위군(IDF)이 이틀째 가자지구 최남부 라파흐에 대한 지상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식량 뿐 아니라 현지 병원 운영을 위한 연료까지 동이 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재앙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8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남부 지역의 의료 지원을 위한 연료가 사흘치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연료 부족 탓에 라파흐에 있는 병원 3곳 중 1곳은 이미 문을 닫게 된 상황이다.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상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병원은 더 줄어들게 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전 트위터)에 “라파흐에 있는 병원 3곳 가운데 1곳인 알나자르병원이 더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근에서 계속되는 적대행위와 라파흐에서의 군사 작전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국경 폐쇄로 유엔의 연료 반입이 막히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7일 라파흐에 진입해 지상전을 감행하며 이집트와 맞닿은 남부의 라파흐 검문소를 폐쇄했다. 라파흐 검문소는 라파흐를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으로 가는 외부 구호 물자가 들어오는 가장 주요한 육로 통행로에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이 검문소를 폐쇄해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튿날인 8일 오전 가자지구 남동부에 있는 케렘샬롬 검문소를 재개방했다고 밝혔지만,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오후까지도 연료나 구호 물자가 전혀 들어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에서 계속되는 전투 때문에 구호 물자를 받을 팔레스타인 쪽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라파흐의 주요 산부인과가 환자 수용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로이터 통신은 유엔인구기금(UNFP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도시의 알헬랄알에미라티 산부인과가 환자를 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흐 지상 공격을 본격화하며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포격이 이어지면서 병원이 환자를 추가로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병원에는 분만실이 5개뿐이지만 이번 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85명의 출산을 감당했다. 가자지구 하루 평균 출생아 약 18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온 피란민이 이 도시로 대거 몰렸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절반이 넘는 140만명이 라파흐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라파흐에 있는 이 병원은 최근까지도 계속 수용 가능한 숫자를 훨씬 넘긴 수의 환자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