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 국경 무단 월경자 문제를 가라앉히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속 추방 절차를 마련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단 월경자에 대한 신속 처리 정책을 준비했으며, 곧 국토안보부가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무단 월경자에 대한 초기 심사 때 미국 체류의 적격성을 따져 안보나 공공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람은 조기에 추방한다는 게 새 정책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며칠 만에라도 이런 평가를 통해 월경자를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자국에 도착한 사람이 난민 지위를 주장하면 일단 풀어주고 심사를 마칠 때까지 추방하지 않는 제도를 유지해왔다. 멕시코 국경 월경자 급증으로 심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이 절차에는 통상 2년이 걸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재대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타주의를 자극하면서 멕시코 국경의 혼란을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 정부들이 수감자들을 빼내 미국으로 보낸다면서 이들은 “짐승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선거 전망이 어둡다고 할 정도로 멕시코 국경은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됐다. 민주당 안에서도 11월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경합 지역 의원들이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 성향 의원들은 새 정책은 반인권적이기도 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새 정책은 ‘적법 절차’를 주장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또다시 원칙을 저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을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미국~멕시코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 지역의 장벽 건설을 막아온 환경 규제를 풀며 태도를 바꿨다. 연초에는 상원에서 민주·공화당이 월경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대통령이 국경 폐쇄를 명령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민주당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훼방에 실제 법률로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