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공격 사건이 잇따르자 올라프 숄츠 총리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숄츠 총리는 9일(현지시각)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다”며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하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가서 투표하자”라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폭력은 민주적 대화가 아니다”며 “품위 있고 합리적인 사람은 분명히 폭력에 반대하며, 그런 사람이 다수”라고 말했다. 다음달 6~9일 유럽의회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선 것이다.

앞서 베를린에서는 지난 7일 사회민주당(SPD)의 프란치스카 기파이 시 경제장관이 공립 도서관에서 어떤 남성으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맞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70대 남자를 용의자로 붙잡아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기파이 장관은 치료 뒤 소셜미디어에 ”누구나 의견을 표명할 자유가 있지만 제한도 따르는 것”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형식으로든 의견이 다르다고 폭력을 쓸 순 없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드레스덴에서는 녹색당 후보자가 선거 포스터를 붙이다가 공격을 받았다. 경찰은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용의자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며 이들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여기는 녹색당이 들어올 수 없는 우리 구역’이라고 천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들이 보인 증오와 막무가내 행동은 역겹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3일엔 사민당 의원 마티아스 에케가 드레스덴에서 선거 포스터를 붙이다가 네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용의자들이 모두 10대 후반이라며 극우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독일 경찰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정치인을 겨냥한 범죄는 지난해 2790건을 기록했다. 한 해 전인 2022년의 1806건보다 54% 늘어났지만, 총선이 치러졌던 2021년의 2840건보다는 살짝 줄어든 수치다.

박병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