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동결 자산에서 나온 수익 약 4조원가량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기로 했다.

유럽연합 순환의장국인 벨기에는 8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 대사들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전하며 “자금은 러시아 침공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재건과 군사 방어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뉴스는 다가올 여름 전까지 약 30억유로(4조4000억원) 가량을 무기 구매와 재건에 쓸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2600억유로(382조원)를 동결했고, 이중 1910억유로(280조원)는 벨기에 증권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가 보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로클리어가 보관 중인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유로클리어가 한 해에 약 30억유로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유로클리어는 러시아의 침공 이래 동결 자산으로부터 50억유로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종적인 지원 규모는 오는 7월께 확정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원금액 중 90%는 무기를 비롯한 군사 장비 구매에 쓰이고, 남은 10%는 재건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미국은 동결자산의 이자 수익뿐 아니라 러시아 자산 원금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러시아 자산 전체를 압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법적 파장 등을 우려해 이자 수익에 한정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앞서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보복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러시아의 반발도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엑스에 환영의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이보다 더 강한 상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