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제조업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4조엔을 돌파한 배경에는 주력인 하이브리드 차종의 약진과 차량 가격 인상 전략, 역대 최저 수준의 엔저 현상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자동차는 8일 2023년 회계연도 결산을 발표해 순이익으로 4조9449억엔(43조5천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순이익 4조엔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갑절을 넘는 101.7% 증가했다. 일본 기업 전체로 보면 일본 최대 정보통신(IT)기업인 소프트뱅크 그룹이 지난 2020년 회계연도 기준 기록한 4조9879억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전체 매출액은 45조953억엔(전년 대비 21.4% 증가), 영업이익은 5조3529억엔(96.4% 증가)을 기록했다.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자동차가 새 전성기를 맞은 요인을 세 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우선 전기차가 가격이 비싸고 충전시설 부족 등 문제로 성장세가 잠시 주춤한 사이, 도요타자동차의 주력상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들 매출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솔린 자동차보다는 환경 오염 문제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연비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도드라졌다. 자동차 생산 발목을 잡아온 반도체 부족까지 해소된 점도 순풍에 돛을 단 격이 됐다.

최근 엔화 가치 역사적 하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익률을 올렸다. 도요타자동차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500억엔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5엔으로 전년 대비 10엔 하락하면서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6850억 엔에 이르기도 했다.

아울러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소비자 구매 심리까지는 흔들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을 폈다. 지난해 풀체인지 모델이 나온 미니밴 ‘알파드’ 가솔린 차량은 가격이 540만엔부터 시작한다. 값을 올리기 직전에는 468만2000엔이었는데,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으면서 새 안전 장치 등을 추가하는 대신 무려 15% 가까이 가격을 인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게 차량 값 인상이었다”며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익을 끌어올렸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