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 속에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웃돌고 있다. 보험료 납입 부담과 목돈 필요 등의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늘었다.

9일 생명보험협회 누리집 통계를 보면,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60조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2월 58조3062억원이었던 잔액은 지난해 12월 62조215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월과 2월도 각각 62조21억원, 61조1345억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1년 새 3조원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계약을 담보로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해약환급금의 일부 범위(5∼95%) 내에서 대출을 받는 금융서비스다. 신용점수 확인 같은 별도의 심사 절차가 없고 연체하더라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신용도가 비교적 낮은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명 ‘불황형 대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제때 갚지 못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상생금융’을 강조한 영향으로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내려간 것도 잔액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험계약대출은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산치를 적용하는데,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이자 장사’ 비판 속에서 올해 초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많게는 0.49%포인트까지 내린 바 있다.

보험 계약을 깨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한 비율은 2022년 69.4%에서 지난해에는 65.4%로 하락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데이터연구센터장은 “최근 증가한 보험계약 해지는 목돈이 필요하거나, 연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비자들이 보험료 납입에 부담을 느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