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증시 신규 상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주관 증권사가 상장 예정 기업의 실적을 부풀리는 등 부실 실사를 하면 과징금 등 제재를 받는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코스닥 상장사 ‘파두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금융감독원은 9일 이런 내용의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 후보군인 유망기업 발굴, 기업 실사, 기업가치(공모가격) 산정, 공모주식 배정 등 기업들의 신규 상장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주관 증권사의 책임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먼저 오는 3분기(7∼9월) 중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상장 주관사가 기업 실사를 부실하게 한 경우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은 대표 주관사 등의 ‘불건전한 인수 행위’(제4조 19항)를 금지하고 있으나, 정작 해당 조항에 기업 실사에 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규정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제재 근거를 마련하고, 주관사 임원이 실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해 직접 승인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올해 2분기(4∼6월) 중 증권 인수 업무 규정을 개정해 상장이 무산돼도 주관사가 기업으로부터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주관 업무 계약서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장 무산으로 주관 계약이 해지될 경우 주관사가 대가를 받을 수 없다보니 무리한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아울러 신규 상장 기업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발행하는 공모주식의 가격결정 기준과 내부검증 절차를 주관사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게 하고, 신규 상장 때 공시하는 증권신고서에는 한국거래소 및 주관사 내부심사 과정에서 발견한 주요 투자위험 사항 등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모가 결정 절차만 규정돼 있다 보니 실적 전망 과대추계 등으로 공모가격을 높여잡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중요 위험요인 기재 누락, 공모가 고평가 등 기업공개 주관 업무 관련 논란이 발생하면서 주관사의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주관 업무에 대한 자율 규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관사의 책임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