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0대의 원로, 중견, 신진 배우들이 배역을 고루 나눠 맡는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낯익은 배우 24명이 출연한다. ‘배우 종합세트’로 선보이는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 얘기다.

지난 7일 간담회엔 출연 배우들이 연령대에 따라 세 줄로 나눠 자리했다. 길해연은 “올해 제가 환갑인데 세 번째 줄”이라며 “여기선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박지일(64)은 “호재 형, 무송이 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 이런 분들과 연습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호재(83)는 “보시다시피 이런 사람들하고 연극 안 하면 이 시대의 배우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간담회엔 전무송, 박정자, 손숙 등 80대 원로 배우들도 참석했다.

연극 ‘햄릿’은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16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 선보이는 프로덕션. 처음엔 배우 유인촌이 햄릿을 맡는 등 원로급 배우 9명이 출연했다. 두 번째 프로덕션엔 원로, 중견 배우들이 조연으로 물러서고, 젊은 신진 배우들이 주역을 맡았다. 이번 햄릿은 공연 기간이 3개월로 늘었고, 그만큼 출연 배우가 많아졌다.

이번 작품에선 정동환과 김성녀, 김재건,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정경순,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등 50~70대 중견 배우들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정동환(75)은 “원로에 속하고 싶지는 않고, 후배는 싫고… 중간 정도 끼고 싶다”고 했다. 전수경(58)은 “어디 가면 뮤지컬 1세대란 소리를 많이 듣는데, 이곳에선 막내 기분이라 설렌다”고 했다.

이번에도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드는 젊은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연기한다. 햄릿 역할은 배우 강필석과 이승주가 번갈아 맡는다. 강필석은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햄릿 역이다. 오필리아 역은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가 맡는다. 뮤지컬엔 출연했지만, 연극은 처음인 루나(31)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했다.

연출은 손진책, 대본은 극작가 배삼식이 맡았다. 초연, 재연과 비교해 이번 공연에선 ‘죽음’이란 주제 의식을 강조한다. 손 연출가는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햄릿을 보면서 관객이 역설적으로 삶을 반추하게끔 하는 게 목표”라며 “배우들은 마치 죽은 영혼들처럼 연기함으로써 삶과 죽음 간 경계를 더 적극적으로 허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에 만연하는 죽음을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위해 안무가 정영두도 가세했다.

다음달 9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수익 일부를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한다.

임석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