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한 환경영향평가업체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으로 진행했다며 고발했던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최근 해당 업체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태도를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낙동강유역환경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9일 경상남도·낙동강유역환경청·환경단체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전략환경영향평가 자료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부산경찰청에 ㅎ연구소를 고발했다. ㅎ연구소는 2016년 경남 거제시 노자산에 골프장·숙박시설·워터파크 등을 건설하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한 업체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고발장에서 “ㅎ연구소는 실제 조사를 하지 않고도 조사한 것처럼 조사 관련 자료에 대리서명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정당한 공무를 방해했다”며 “이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위법사항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ㅎ연구소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고발한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 말고도 비슷한 수법으로 120여건의 환경영향평가를 허위·부실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14일 부산지법 형사12단독(판사 지현경)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ㅎ연구소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ㅎ연구소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법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위계를 사용해서 업무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해당 사안은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하여 환경영향평가법상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라서 그에 대한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고 밝혔다. ㅎ연구소가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판결 직후인 지난해 12월22일 ㅎ연구소의 환경영향평가가 합법이라며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은 ㅎ연구소가 ‘거짓’으로 진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반대하며 관광단지 지정 무효 소송을 위한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고발을 할 때는 거짓·부실 의심은 했지만, 위법 사항을 확인한 상태는 아니었다. ㅎ연구소가 이미 폐업했기 때문에 행정 처분할 방법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